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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민수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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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중매재 2. (정 재원) |
내용 |
중매 재* 2 - 견벽 청야 -
정 재원 나 어릴 적 마을 사람들로 부터 총명하다 영특하다 소리 많이 들었지 “엄마 엄마 저기 저 중매재 아래로 군인들이 많이 많이 몰려오고 있어예” 7살 내, 느닷없는 말에 눈길을 돌려 중매재를 쳐다본 어머니 아무 말 없이 벌떡 일어나 방실마을 골목길로 나서셨지 심상치 않음을 재빨리 알아차린 어머니 모습,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이 아니었지 어머니의 차분하고 단정했던 기억들 아직 내 뇌리에 영상처럼 생생 남아 있어 내, 가고 있는 길 비추시며 조심 조심 인도하고 계시지 어머니, 마을 청년들에게 중매재를 보시오! 새까맣게 오고 있는 군인들을 보시오 무언가 일이 날 것 같으니 뒷산으로 가든지 계곡 바위틈세리에 가든지 하시오 남자 12 살 13살 남짓이면 어디든지 끌고 가서 일 시켰던 때, 당시에 젊은이는 전쟁 징집을 당해 갔고 마을에 남은 젊은이 손 꼽아 헤아려도 헤아려지는 때 어린이 노인 등 부녀자들만이 살고 있었지 부녀자들 처녀나 젊은 여인네들 편한 마음으로 살지 못하고 은밀히 숨거나 바깥출입 맘대로 못하던 때 뒤숭숭하던 전쟁 때였지 마을 주민들 보살피랴 동네 파수와 선도 역할에 땀 흘리던 유지들 유지들의 마을중매재 고갯마루 빠안히 내다 보였고 그까지의 거리는 2,30분 내외의 거리! 어느새,중년 남자들은 다들 뒷산이나 계곡 바윗돌 밑에 다람쥐처럼 흩어지고 대부분 노약자들 어린이와 부녀자들 마을 안 골목집을 지키고 있었지 7살 나는, 어머니 동생들과 방으로 들어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이불 푹 뒤집어쓰고 보들보들 떨면서 숨소리 죽이며 다가올 운명의 행선지 생각하고 있었지 아니 그런 생각조차 죽이며 천지 뒤집어지고 목숨 거덜 나는 바람, 그 태풍을 예견하였지 그러면서도 아무 잘못이 없는 노인과 부녀자들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설마 나쁜 짓이야 하겠는가, 죽이기야 하겠는가 짐작하고 있었지 그런데도 두려움 떨쳐낼 수 없었지 아, ~~ 아니나 다르랴 그것은 어린 한 소년의기우가 아니라 사실이요 역사가 된 것을 ! 그 순간 엄청난 비운과 천지개벽의 용암이 흐르고 아비규환 절망 통곡의 골짜기가 마왕으로, 죽음으로 가득 가득 넘치는 것 이었 음을 .. ---------------------------------------------------- *중매재: 1951년 2월7일 국군 11사단 9연대 3대대 병력이 견벽청야 작전을 실행키 위해 산청군 금서면 방곡마을 앞산의 고갯마루 이름으로서, 군인들이 학살 행로를 이동한 산 길 --------------------------------------------------------------------------------------------------- 정 재원 경남 산청 출생, (사)산청 함양 사건 양민희생자 유족회 이사장 저서: 운명 숫자의 비밀 외 10권 등 다수 시집: 별이 스쳐간 하늘, 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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