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이야기

덕산사 내원계곡

덕산사 내원계곡

“눈을 감으면 들리는 반야교와 자연의 합주곡”
덕산사 Sancheong Story

푸르른 내원 계곡에 자리한 덕산사

반야교에 서서 눈을 감는다. 숲을 흔드는 바람소리와 청량한 계곡 물소리에 새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발자국소리까지 어우러진 자연의 합주곡이 들려온다. 덕산사에 가면 눈을 감고 소리로 볼 수 있는 자연이 있다.

덕산사와 내원 계곡에서 꼭 봐야할 것들
  • 덕산사 반야교와 반야교 아래 너럭바위 계곡풍경 : 덕산사로 들어가는 작고 아담한 다리, 반야교. 반야교를 건너기 전에 다리와 계곡이 어울린 풍경을 감상해보자. 물안개 피어나는 날이면 계곡의 녹음과 너럭바위 위로 흐르다 부서지는 계곡물, 그 위에 놓인 아담한 다리가 어울린 풍경이 아름답다.
  • 내원 계곡 물놀이 : 8킬로미터에 이르는 내원 계곡은 너럭바위와 크고 작은 바위가 많아 그 사이에 물살이 느린 곳을 찾아 아이들과 함께 놀기에 좋다.
  • 덕산사 삼층석탑 : 보물 제1113호. 657년(신라 태종무열왕 4년)에 세워진 탑. 500여 년 전 절이 불타고 탑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때 도굴꾼들의 손에 탑이 훼손 된 것을 1961년 내원사 주지 원경스님에 의해 복원됐다. 하지만 지금도 탑에 불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 탑 곳곳이 훼손됐지만 강직한 자태가 보는 이에게 힘을 준다.
  • 덕산사 석남암수석조비로자나불좌상 : 보물 제1021호. 통일신라시대 766년 이 불상은 원래 지리산 중턱 석남암사지에 있었으나 현재 덕산사로 옮겨 놓았다. 불상의 높이 108센티미터로 비바람에 마모돼 세부적인 조각의 형태를 알 수 없으나 단아한 모습과 은은한 미소가 느껴진다.
  • 내원 계곡 야영장 : 덕산사 약 300미터 전에 야영장이 있다. 숲의 향기와 내원 계곡의 물소리에 취해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내원 계곡 야영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다.
내원 계곡
# Story 1

자연의 합주곡 내원 계곡에 울려퍼지다

덕산사는 신라 무열왕 4년 원효대사에 의해 [덕산사]라는 명칭으로 창건되었다.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절터만 남고 전소되었다가 다시 창건되면서 덕산사에 대한 실증 자료가 없어 덕산사란 명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2020년, 덕산사 대웅전 위치 고증을 위한 시굴 조사에서 덕산사 사찰명이 새겨진 기와를 발굴하며 다시금 본래의 명칭을 되찾았다. 다만 오랜 세월 내원 계곡으로 불려온 계곡은 옛 지명을 유지하고 있다.

59번 도로 삼장면에서 대포교를 건넌다. 대포마을 앞에서 계곡 쪽으로 걷다 보면 덕산사 야영장이 나온다. 자연의 품에 안겨 밤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야영장을 지나면서 골짜기가 깊어지는데 물길이 시원하고 지리산의 산세가 깊다. 거기서부터 약 200미터 정도 거리에 덕산사가 있다.

내원골과 장당골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하나로 합쳐지는 곳이 덕산사 앞이다. 국사봉과 구곡산을 잇는 분수령을 경계로 북쪽으로 써리봉 아래 무제치기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흘러내려 장당골 계곡을 이룬다. 황금능선 아래 내원골 깊은 숲에서 흘러나온 물이 계곡을 이룬 내원계곡이 덕산사 앞에서 장당골 물길과 만나 하나가 되어 대포마을 앞으로 흐르는 것이다.

덕산사로 들어가는 반야교 위에 섰다. 한 여름에도 서늘한 바람이 부는 곳이다. 작고 아담한 다리에 서서 우거진 푸른 숲과 부서지는 물줄기를 바라본다. 눈을 감으면 소리가 더 잘 들린다. 지리산 저 높고 깊은 숲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반야교를 지나가는 것 같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가 귓가에 청량하게 스며든다. 지나가는 바람이 나무 가지를 지나며 가늘고 높은 소리를 낸다. 부스럭 거리는 풀 섶의 소리와 또 다른 여행자의 목소리 발걸음 소리가 어우러지고 순간 숲에서 들리는 지빠귀, 방울새, 이름 모를 새 소리, 이 모든 소리가 가슴을 벅차게 한다.

# Story 2

어머니의 사랑이 만들어 낸 비로자나불상

절 마당에서 절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덕산사는 657년(신라 태종무열왕 4년)에 무염국사가 창건했다. 약 500여 년 전에 불이 나서 절집이 모두 타버리고 석탑만 덩그러니 남은 채 방치되었다가 1959년 원경 스님이 절을 다시 세우면서 이름을 덕산사로 고쳤다. 2020년이 되어서야 덕산사라는 명칭을 되찾게 되었다.

푸른 동산 숲 앞 대웅전은 아담하다. 심우당과 비로전, 산신각, 칠성각, 요사채가 덕산사 절집 건물 전부다. 대웅전 왼쪽에는 이 절이 처음 생기면서 함께 만들어진 삼층석탑이 있다. 보물 제1113호로 지정된 이 탑은 500여 년 전 원인 모를 화재로 절이 다 타버린 빈터에 홀로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도굴꾼에 의해 많이 훼손된 상태였으나 1961년 원경스님이 복원했다. 지금도 화재 당시 불길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탑에서 풍기는 기운은 여전히 강직하다.

비로전에 있는 석남암수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보물 제1021호로 지정됐다. 지리산 중턱에 있던 석남암사지에 있던 것을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덕산사에 있는 불상들은 위엄 있거나 사람을 압도하지 않는다. 특히 비로자나불좌상은 여행자의 마음을 편안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비바람에 의해 깎이고 부서져 세부적인 표현은 잘 드러나지 않지만 둥근 어깨선과 부드러운 팔의 모양 등 불상 전체에서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며 얼굴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이 불상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766년 발견) 가장 오래된 비로자나불상이다. 불교사와 미술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으며 국보 제233호로 지정됐다.

내원골 마을
# Story 3

내원골 마을 이야기

장당골에는 마을이 없고 내원골로 들어서면 마을이 있다. 절을 한 바퀴 돌아 대나무 밭쪽으로 나가면 내원마을 가는 길이다. 이 마을은 마지막 빨치산 정순덕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마을이다. 지리산 빨치산으로 활동하던 남편을 찾아 산으로 들어가 자신도 빨치산이 된 정순덕이 1963년 토벌대에게 잡힌 곳이 바로 이 내원마을이다. 사랑을 찾아 산으로 들어갔다가 빨치산이 된 여자 정순덕의 이야기는 사상의 대립과 분단, 그리고 전쟁으로 이어지는 우리 민족 전체의 아픔이 서린 이야기이다.

덕산사에는 풍수와 관련된 재미있는 설화도 전해온다. 옛날 옛날,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수도하는 데 지장이 많았다. 이를 걱정하는 주지스님에게 어느 노승이 이르기를, ‘남쪽의 산봉우리 밑까지 길을 내고 앞으로 흐르는 개울에 다리를 놓으면 해결될 것이다.’ 라고 하였다. 노승의 말대로 통나무로 다리를 놓고 봉우리 밑까지 길을 낸 다음 모두 쉬고 있는데 돌연히 고양이 울음소리가 세 번 들려왔다. 이상하게 여긴 사람들은 무슨 징조인지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 후 노승이 다시 나타나서 ‘봉우리는 고양이 혈이고, 절 뒤에 있는 봉우리는 쥐의 혈인데 여기 길을 내고 다리를 놓으니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이후 절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스님들이 조용히 수도에 정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