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이야기

단속사지삼층석탑

단속사지삼층석탑

“법등 꺼진 단속사의 500개 석불은 어디로 갔을까”
단속사지동삼층석탑 Sancheong Story

숨겨진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단속사지 동·서 삼층석탑과 매화나무

지리산 동쪽에 있었던 단속사는 경주의 황룡사와 견줄 만큼 큰 절이었다고 전해진다. 지금 그 절은 없어졌지만 삼층 석탑 두 기가 남아 단속사의 이야기를 전한다. 절터로 사람 사는 마을이 들어왔고 마을에는 650년도 더 지난 매화나무가 있다. 해마다 봄이면 고목에서 매화꽃이 피어난다. 세속과 비속, 그리고 자연이 옛 절터에 어우러진 것이다. 매화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동자승의 독경 소리로 들린다.

단속사지에서 꼭 봐야 할 것들
  • 단속사지 동삼층 석탑 : 보물 제72호. 단아한 아름다움과 균형미가 돋보인다. 이중 기단에 3층 탑신이다.
  • 단속사지 서삼층 석탑 : 보물 제73호. 동탑에 비해 훼손이 좀 심하다. 이중 기단에 3층 탑신이다.
  • 광제암문 : 20번 도로에서 1001 도로 들어서면 운리 가기 전에 용두마을이 나오는데 그 마을 뒤쪽에 있는 석벽. 단속사로 들어가는 천연 석문. 광제암문이라는 글자가 남아 있는데 고운 최치원이 썼다는 설도 있다.
  • 정당매 : 단속사지 석탑을 뒤 마을로 조금 들어가면 나오는 매화나무로 수령이 650년이라고 한다.
단속사
# Story 1

깊은 숲속에 지은 큰 절 단속사

단속사는 큰 절이었다. 절을 다 돌아보는데 미투리(삼이나 모시 등으로 삼은 신) 한 켤레가 다 닳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조선시대 김일손이 지리산 유람길에 오르다 단속사에 발길이 닿았는데 그때 쓴 글 [두류기행록]에 단속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계곡 입구 깎아 세운 바위가 입구에 우뚝 섰고 표면에 ‘광제암문’이라는 글자가 새겨있었다. 5리쯤 가니 뽕나무밭이 나왔고 시내를 건너 1리를 더 가니 감나무가 있고 뒷산에는 밤나무가 많았다. 길 옆에 담이 있었고 담 안은 장경판각이었다. 담의 서쪽으로 백보 쯤 걸어가니 울창한 숲 속에 절이 나왔는데 편액이 ‘지리산 단속사’라고 적혀 있었다. 행랑채를 돌아서 추녀를 끼고 50보를 나아갔는데 웅대한 누각이 나왔다. 북쪽 담 안에는 주지가 거처하는 정사가 있었고 그 둘레에는 차나무가 많았다. 그 주변에 집들이 헐어서 거처하지 않는 것이 수 백 간이었고 동쪽 행랑에는 500개의 석불이 있었는데 그 형상이 각기 다르고 괴상했다.]

이 기록에 의하면 단속사의 규모가 엄청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500개의 석불을 행랑에 모실 정도였다면 이 절로 드나드는 신도들 또한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다.

# Story 2

단속사가 남긴 두 개의 돌탑

단속사지 동 · 서 삼층석탑은 전형적인 신라 양식의 석탑이다. 특히 기단부가 상·하 2층이며, 하층의 탱주가 2주이고 상층의 탱주가 1주인 점은 신라 중대 이후 석탑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절이 소실되고 탑 안에 봉안된 사리함이 도난당하는 등 많은 수난을 겪었으나 남은 모습이나마 귀중한 사료가 되어주고 있다.

매화나무
# Story 3

절터에 심은 매화나무

단속사지 동ㆍ서 삼층석탑 뒤쪽 마을에는 650년이 넘게 꽃을 피우고 있는 매화나무가 있다. 고려시대 문신 강회백이 어렸을 때 단속사에서 글을 읽다가 매화나무를 심었는데, 나중에 강회백이 정당문학(국가 행정을 총괄하던 관직)에 오르자 그 매화나무에 ‘정당매’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선시대 1400년대 말 김일손이 지은 [두류기행록]에도 ‘정당매’라는 이름이 또렷히 나와 있는 것으로 봐서 강회백이 심은 나무가 아직도 매년 봄이면 꽃을 피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속사가 있었던 마을이 운리인데, 운리에는 정당매 말고도 매화나무가 더 있다. 특히 운리 들판에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운리야매’는 정당매와 함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밖에도 100년도 더 산 매화나무들이 이 마을 곳곳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매화나무

선비의 기개를 상징하는 꽃 중 하나가 매화다. 고고하고 정결한 매화꽃을 보고 있으면 기개와 지조를 지키고 살았던 초야의 선비가 떠오른다. 산청에는 단속사지의 ‘정당매’를 비롯해서 토종 매화나무가 여러 곳에 심어져 있다. 조선 중기의 선비인 남명 조식 선생의 산천재에 있는 매화나무는 조식 선생의 호를 따서 ‘남명매’라고 불리며 산청 3매의 하나로 꼽힌다.
이 밖에도 남사예담촌 하씨 고가의 ‘원정매’, 최씨 고가의 ‘최씨매’, 정씨 고가의 ‘정씨매’, 도천서원의 ‘노산매’ 등도 오래된 집과 얽힌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