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서

경락학총론

  • 의서명의방강요

상세내용

저자가 분명하게 알려져 있지 않은 근대 한의학 문헌 중의 하나로 의사 교육용 교재로 쓰인 것이다. 대개 『의약인명사전』에는 홍종철(洪鍾哲, 1852~1919)이 1922년『경락학총론』을 저술하고 채색본 銅人圖를 인출했다고 적혀 있지만 발행시기가 저자의 사후인 점이 확연치 않다. 그런데 동 시기 김해수(金海秀)가 1920년에 간행한 『만병만약(萬病萬藥)』의 「역대의학성씨(歷代醫學姓氏)」를 보면 ‘洪鍾哲 著經脈學 銅人學’이라고 되어 있어 개연성을 더해 주고 있다. 현재 영인하여 보급된 연활자본에는 저자와 발행시기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1924년에 발행한 『동서의학연구회월보(東西醫學硏究會月報)』의 한 면에는 이『경락학』 1책과 진본(眞本) 동인도(銅人圖) 2매를 곁들여 판매한다는 경성 신명서림의 광고가 실려 있어 이 책의 내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저자로 알려진 홍종철은 1908년 공인의학강습소를 설립하여 운영하였으며 생을 마칠 때까지 한의학교육에 헌신하였다. 1913년에는 조선의생회 회장으로 『동서의학보』(월보)를 간행하기도 했으며, 이어 1914년에는 의료법규와 독극약물요약표 등이 들어있는『의생필휴』를 간행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학술잡지 『한방의약계(漢方醫藥界)』와 『동의보감(東醫報鑑)』에는 부인론, 생리설, 생리위생의 약론 등 그가 남긴 논설이 실려 있다. 그는 또 장경악을 흠모하여 『유경』을 깊이 연구하였으며 『경악전서』와 30년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팔진신편(八陣新編)』 2권을 저술하였다.

본문은 한문투로 된 원문에 한글토를 붙여 놓은 방식으로 짜여져 있어 아직은 근대식 서술체재로 접어들지 못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한결 가독력이 높아진 형태이다. 서문도 없이 시작하는 본문의 내용을 보면 첫머리부터 12경락의 순행과 유주가 서술되어 있고 이어 오장육부 위기영혈의 전신순환과 음양기혈의 생리관계가 부연되고 수족 삼음삼양 경기의 흐름과 호흡에 따른 원기의 전신 주행으로 이어져 한방 경락생리의 요체가 소개되어 있다. 그 다음으로 소개된 인체형(人體形)은 고전에서 볼 수 없었던 서양 해부지식이 반영된 모습으로 소략하지만 분명하게 해부장기도(解剖臟器圖)를 싣고 있다. 이것은 당시에 널리 보급된 『생리해부도설(生理解剖圖說)』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전체신론(全體新論)』, 『해체신서(解體新書)』등 서양 해부학서에 비해서도 상당히 간추려진 형태이지만 이것이 한방의의 교육용 교재로 두루 쓰인 점을 감안할 때 그 비중은 자못 크다 하겠다. 두면부는 다시 전(癲), 뇌수(腦髓), 액(液), 두(頭), 면(面), 목(目), 비(鼻), 이(耳), 침골(枕骨), 완골(腕骨) 등으로 나뉘어 부위별로 순행 경락의 기시(起始), 종지(終止), 입락(入絡) 등이 표시되어 있고 생리관계가 함축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이어 후구순설부(喉口脣舌部)와 피모기육부(皮毛肌肉部), 근골혈맥부(筋骨血脈部), 장부부(藏府部). 전후음부(前後陰部)가 이어진다. 또 경혈부(經穴部)에는 각 경혈의 소재부위와 주치증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고 골부명목(骨部名目)에는 인체내 주요 골명과 개략적인 위치가 적혀 있다. 그 다음엔 의외로 년운부(年運部)가 실려 있는데, 24절기에 따른 오운육기의 순환과 주객운기의 음양차서가 있고 태과불급의 연운세화가 들어 있어 일순 혼란스러운 듯하다. 이어 오운육기교회도가 원도표로 제시되어 있고 곧이어 오행침술법이 등장하여 이것들이 모두 자오유주에 따른 보사침술법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보사정승법(補瀉正勝法)에는 십이경락의 허실에 따른 정격(正格)과 승격(勝格)의 보사혈위가 수록되어 있다. 끝으로 ‘기형팔맥이 요체가 되어 12경맥의 모이는 곳이 된다.(奇經八法爲要, 乃十二經之大會也)’라는 항목이 설정되어 있는데 열결, 신맥, 임읍, 외관, 공손, 후계, 내관, 조해 8개의 경혈을 사용하여 기경팔맥의 대칭되는 혈위를 취혈하는 독특한 침구배혈법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일제시대에 의사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혈과 해부를 결합한 한의학의 신교재로서 한의학에서 서양의학을 수용하고 있는 초기적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