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나누기

유족회-의견나누기 게시물이며, 작성자, 제목, 내용, 파일 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작성자 민수호
제목 지리산 메아리(민수호 제3시집)/강희근 평설
내용
지리산 메아리(민수호 제3시집)/강희근 평설 1
지리산 메아리(민수호 제3시집)/강희근 평설 2
민수호 3번째 시집
지리산 메아리
===============================================
새로운 지리산 맹주, 그리고 시인
민 수호 제3시집 ‘지리산 메아리’ 읽기

詩 평설: 강희근
(문학박사, 시인, 경상 국립대학교 명예교수)

1.들머리
지리산은 주인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바라만 보지 않고 안으로 들어와 아침 저녁이 되든지 계절이 되든지 하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지리산에 오려거든, 하는 단서를 붙인 시인이 있기도 하고 사시사철 종주 스케줄 안에서 지리산 능선이 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민수호 시인은 산청에서 태어나 최종학교를 진주에서 나와 통영, 부산 등지에서 공직을 전전하다가 만년에 귀향하여 지리산의 허리가 되기도 하고 역사가 되기도 하고 리듬이 되기도 하며 산을 향해 호루라기를 후루루 불어 주목을 명하기도 하는, 진짜 주인이요 맹주가 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냥 허풍으로 이리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시편들을 읽으면 자연 시인이 맹주가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2.귀향
민수호 시인은 지리산 아래 산청에 귀향하여 <귀향>이라는 시를 써 내외에 신고를 하고 있다.그 신고시를 보자.

이렇게 저렇게 물결치던
해운대 바닷가의 생활 마감하고

허름한 산청 고가
아버지 어머니 냄새 속에서

족보 울타리 삽질하며
이생 다독이는 흙손으로

대나무만큼은 매끈하고
단단하지 않을지라 해도

천왕봉 산그늘 아래에서
온돌방 추억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수 많은 가족들 생각하며

지리산 청량한 공기의 왕산 아래에서
흐르는 엄천강 물소리 사랑하며
남아 있는 길 밟아 갈 것이다
<귀향> 전문

시인은 귀향이 곧 시의 길일 것이다. 허름한 고가, 부모님 냄새, 족보 그 울타리 치기, 온돌방 추억으로 요약되는 제2의 생이 그 길이다. 그 때문에 시인은 수려한 해운대 그 국제적 감성을 버릴 수 있었으리라.그에게는 지리산이 있고 왕산이 있고 엄천강 물소리가 주어져 있다. 이른바 순수 자연이 있다. 어떤 가치나 문명의 이기라는 것들도 단순 편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1916,77미터 올라온 등산객들
수천 수만 명을
맞이했을 텐데도

싫다는 내색없이
눈, 발 마주치자 말자
머리 닿은 구름으로
지친 육신을 천왕이 쓰다듬어 주며

“산은 힘이고 힘은 용기야”
묵직하게 말해 준다

청정한 공기를 한껏 마시면
가슴 탁 트이는 개운함
땀에 젖은 만족한 행복을
맘껏 펴 주더라
-<국립공원 1호> 전문

지리산에 안긴 시인은 탁 트이는 가슴에 행복을 편다. 이미 남명 선생은 “보라 천석들이 종을!”하고 읊었다. 지리산의 품이 어떤 것인가를 그 넓이와 깊이를 말해 놓았다. 그 천석들이 종을 시인은 힘이고 용기라 바꾸어 말한다. 시인은 그러면서 지리산 그 높이를 과학적 측정치로 설명한다.그리고 ‘만족한 행복’이라 겨워서 소리치는데 제목인 <국립공원 1호>가 알맞은 이름이 아닐 수 없다.


3. 모행대와 스승의 날
민수호 시인이 귀향한 뜻 가운데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뜻은 집안 민문을 기리고 할아버지의 학자적 품덕을 펴는 데 있음을 두 시편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먼저 그가 쓴 가족시비를 읽을 수 있다.

굽이 굽이 돌고 돌아
무릉도원 여기인가

엄천강은 지리산이 아버지이고
동천강은 모양지가 어머니인데
모행대는 산청 선비 민학자
사서삼경 유학하던 유영소이다

호연지기 가득한
마당바위, 터럭바위, 형제바위 뒹굴며
정자나무 붙들고 나체 몸으로 멱 감던
희망이 흐르는 추억 샘,

소꿉때 묻은 윤회하는 세월에 임들은
세상과 소통하며 나라와 가문을 빛내고 있구나
고려 충신 예의판서 농은(農隱) 민안부
산청 총생 후손들이여

구상 팔장 삼 욍후
천하명당 장동 마을에
희망 불꽃으로 활활 타올라
세세 창창 무궁하리라
-모행대(慕杏臺) 전문

모행대는 산청군 금서면 장동마을 강변 유서 깊은 속칭 모양지의 갖춘 이름이다. 무릉도원이라 부를 만큼 경승이 빼어나고 ‘동천강이 어머니’라 할 만큼 강변 경관의 압권이다. 그 자리는 고려 충신 농은 선생 후광을 입은 민문 선비 민학자의 사서삼경 소요하던 유영소이다. ‘구상 팔장 삼 왕후’(9명의 재상, 8명의 장군, 3명의 왕후)가 태어난다는 전설 어린 곳이다. 시인은 이 모행대를 섬기는 장소로 삼으면서 귀향의 의미를 찾고 있는 셈이다. 좀더 구체화 시킨 시가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모행대 조부 비석 앞 추모제 축문’이다.

산청군 금서면 주상마을에 있는
모행대 비석에서
조부 민봉혁 유영소 느티나무 아래
옛 할아버지의 서당에서 한문 수학을 한
전국의 제자들이 모여 엎드리고 제 올리는 날이다

(중략)

때는 늦은 봄에 스승의 날을 맞아
후학과 후손들이 터에 도착하여
한 해 한 번 술과 소찬으로 잔을 드리오니
사모함 견딜 수 없습니다
........감찰하시고 흠향하시옵소서

-<오늘은 스승의 날>에서

조부님 비석 앞에서 전국의 제자들 운집하고 존경의 술잔 따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산청은 선비의 고장이고 인의예지 바른 곳이니 모행대 제 올리기는 이것이 전통이고 유학의 기림이요 모범적 실천장이 아닐 수 없다. 그 가운데 시인이 귀향으로 보답하는 절차가 있다.
4. 지리산은 산청 함양사건이 역사로 존재하는 자리
민수호 시인은 6,25 전란 중 산청 함양 양민학살사건 유족으로서 유족회 간부를 지냈고 유족중 사건 전문가로서 수차례 학술발표자로도 참여한 경력의 소유자다. 사건을 두고 명예회복 투쟁에 앞장 섰고 오는 9월에는 제3차 산청 함양 거창사건 학술회의 개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그 보상법 통과를 지상 목표로 삼아 지리산 도토리가 떨어지는 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며 하마나 국회에서 무슨 법 통과 소식이라도 나는지 귀 열고 산다. 이런 자세가 지리산 속에서 사는 자의 맹주 또는 옳은 주인의 값을 하고 사는 것일 터이다.

요즘 대한민국 세상은 陰이 강한 오행에 와 있으니

(중략)
1951년 2월의 거창사건 및 산청 함양사건은
국가 공권력 군인의 불법 총질이 명백하여
1996년 1월 김영삼 정부 시절 명예회복 특별법 공포에 의한
공식 사과와 국비사업으로 거창과 산청에 추모공원까지 만들었다

그후 25년간 국가 보상은 나라예산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앞세우고
뒤따라오는 유사 사건들을 핑계삼고, 육하원칙으로 가해자의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사건들을 앞세우고
미래에 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등

세계 전쟁 역사에서 전쟁 중에 군 지휘관을 처벌한
판결문이 존재하는 유일한 사건이다
분명한 역사적 상황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산청 함양 거창사건은
차별 받고 있다
갑성(甲性)으로 예단하는 생각, 습관성의 공직 권력자들의
내 편만 생생히 존재하는 한 요원하다

기득권적 생태적 생각은 변화하지를 않는다
내 편과 내 이념들만 정의로운 것인지
억울하게 학살된 양민들과 유족들은
나라의 정의라는 말에 공정과 인권적 믿음이 무너지고
백언이 허허롭다
-국가의 보상 거부에 부쳐

이 시는 2020년 5월 19일 제20대 국회 마지막 법사위 심의에서 법무부, 기재부가 거부한 날에 씌어진 것이다. 거의 1년전 시다. 그리고 금년 들어 제주 4,3사건 보상 특별법이 통과되었고 여순사건도 부분의 의미가 부여된 특별법이 순조롭게 통과되었다. 올해는 학살사건이 난지 70주년의 해라 그 고희적 기념이 산청 함양 양군의 예산으로 사건에 대한 학술회의와 사건 70년사를 발간할 예정으로 준비에 들어가 있다. 지금 민시인은 귀향한 이래 추모공원 해설사로 일하면서 지리산의 품 안에서 더 멀리 내다보며 큰 산 정기를 받아 심호흡하고 있다. 역사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방향을 틀 수도 없고 의미 또한 구현될 수도 없다. 총체적인 심정은 “나라의 정의라는 말에 공정과 인권 믿음이 무너지고....”있음을 가장 가깝고 가장 깊은 심장부에서 확인하는 삶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지리산 능선을 오르기가 한없이 가파른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매년 정기 국회는
백성들 삶들이 조정되는
돈과 정책들이 배분되는 국회라

피캣 들고 하소연하며
눈으로 내지르며 서 있는 터

외치다 분통 터져
소리 질러보는 허락된
높고도 좁은 곳

(중략)

대한민국 국회 정문은
1인 시위, 함성 전쟁터이다
-국회 정문은 1인 아우성 터>에서

이 시를 쓴 시인은 지리산에 있고 추모공원에 있고 추모공원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시인은 여의도 국회에 가 있다. 피켓을 들고 의원들의 애국하는 현장에서 그들 의지를 지리산 쪽으로 돌려놓느라 불철주야 시위하고 있다. 바쁘다. 벅차다. 안쓰러운 유족들에 대한 연민의 피가 순도로 끓어오르고 있다. 그는 시와 귀향과 역사의 현장에서 하나도 놓칠 수 없다. 천왕봉, 중봉 하봉, 쓰레봉 봉우리로 설레며 사는 삶! 시인은 누구보다 가득하고 아득하고 막막하다.

5.상수리나무에 등 기대어
지리산은 그 둘레와 발치가 하나같이 지리산이다 그곳에 상수리나무가 있고 배롱나무가 있고 달빛이 있고 물소리가 있다.

산득한 바람 불어
상수리 나뭇잎들 우수수 떨어지니
새떼 날아가듯 부산스럽다
배춧잎에 고추밭 고랑에
비닐하우스에, 지붕 용마루에
펑퍼짐한 엉덩이 흔들며 드러눕는다

상수리 나뭇잎
낙엽지는 소리를 표현하기는
퍽 애매모호하다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행복하게 출렁이는
도토리묵 같은 가을이다
-<상수리나무에 등 기대어> 전문

지리산 산속의 삶은 자연이요 서정이다. 역사가 들어오고 전란이 들어왔지만 그것이 세월을 타고 흐른 뒤에는 곧 자연으로 서정으로 복귀한다. 복귀의 리듬에 맞추는 귀향은 소정의 기쁨과 행복이 안착하게 될 것이다. 상수리 나뭇잎 우수수 떨어지고 배춧잎에 고추밭에 비닐하우스에 드러눕는 낙엽! 그 잎은 낙엽지는 소리의 대표성을 가지기는 힘들까? 시인은 그로써 낙엽지는 소리로 보기에는 애매모호하다고 말한다. 아직 시인은 그것으로 자연 중심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출렁이는 도토리묵 같은 가을에 들어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시인은 홀로되기의 발효되는 삶속으로 성큼 들어서 있는 것일까..

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만 가지 사연 담아
흐르는 구름

항아리 같은 마음속
좋은 생각들이 발효되어
감동이 솟으면
왜 내가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체를
만날 수가 있을 것이다

보고 느끼는 생각 속에
마음 속에
숙성되어 가는 삶의 이치
곰삭은 행복이란
비교가 아닌
오롯한 나 자신과 만남이기에
홀로 산길을 걷는다
-<홀로되기> 전문

산 속에서 오롯한 나 자신과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항아리 같은 마음, 살아야 하는 실체 그 곰삭은 존재에 이를 수 있는 것이리라. 항용 존재는 현대의 상황 속에서만 있지 않고 도시적 문명 속에서만 있지 않고 상수리나무 이파리 떨어지는 가을에, 가을의 등에 업히는 시간을 확인하면서 시인처럼 역사가 또 시인의 등에 업힌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다가와 있음을 보게 되는 것이리라.

6. 마무리
민수호 시인은 지금 새로운 지리산의 맹주로, 시인으로 산다. 지리산에서 그는 귀향을 성취하고 모행대 민문 가풍의 정신을 살고, 못다한 역사의 주인으로서 살고, 자연의 주인으로 살고 있기에 맹주이다. 또 시인이다
그 모든 상황을 그는 <시작과 출발>이라는 시로 설명하고 있다.

바람이 섞인다
말이 섞인다
느낌이 섞인다

시선이 섞인다
생각이 섞인다

마음이 섞였다

촉촉한 소통 시작
사랑이 출발한다.
<시작과 출발 전문>

강 희근 문학박사, 시인 <끝>
파일
이전글 목록이나 다음글 목록으로 이동 하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유족회가 해야할 중요 내용
다음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