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공간

獻詩 헌시 강희근
양민을 적이라 하고
작전을 수행했던 이상한 부대
하늘 아래 있었습니다.

가현, 방곡, 점촌 사람을 몰살하고
그 아래 야지 마을 사람 반으로 나눠
무차별 사살했던 이상한 부대
이 나라 땅위에 있었습니다.

대대로 살아온것 죄가 되는가
흙 파고 씨 뿌린 일 죄가 되는가
제 나라 군대의 총알에 맞아 죽은 백성들
산발한 채 원혼으로 반세기
하늘을 떠돌아 다니는 나라
이 나라 말고 어디 있겠습니까

그 부대 대장들이 붙들려
눈 가리기로
재판 받고 감옥 갔다 풀려나
승진해 가는 동안
나라의 권력은 善으로부터 고개 돌렸으니
하늘 아래 권력이 이처럼 오래 죄인의 손
들어주고 다닌 나라
이 나라 말고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역사는 義人들을 내고
진실 화안히 드러나니
이제는 냇물이 제 소리 내며 흐르고
노을과 이슬 저희 허리 펴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오! 반세기
자리에 한 번 앉아 보지 못한 7백여 원혼들이여
이제는 나라가 법으로 그대들 양민이라 하고
겨레가 입으로 그대들 님이라 부릅니다.
자리에 앉아 편히 쉬세요
진달래 피고 보리가 익는데
님들이 그리워 새들이 재잘거립니다.
님들이시여 힘 들어도 오히려 불깡한 죄인
죄인들
새들이 노래 안에 불러 들이세요

중매재 고개마루
꺠곰이 달리고 산머루 탐스레 익으면
거기 그 빛깔로 도란도란 오세요

오세요 저희 살아남은 자 곁으로
나라 잘못된 나라 되지 않게
염원 알알이 목에 걸고 어서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