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서

의감중마

  • 의서명의방강요
  • 저자이규준(李圭晙)
  • 발행일자대한제국시대

상세내용

"이 책은 석곡(石谷) 이규준[1855~1923]이『동의보감(東醫寶鑑)』의 내용 중 『소문(素問)』의 취지에 부합되는 것만을 가려 뽑아 6권 3책으로 재편했다는 책이다. 서문에서 그는 이미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절친한 벗인 김선구(金善久)의 부탁으로 『황제내경』의 요지를 발췌하여 요약한 『황제소문절요(黃帝素問節要)』(일명 소문대요(素問大要))를 쓴 바 있으며, 이 책 역시 비슷한 계기로 집필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저자의 주장과 달리 이 책은 주단계(朱丹溪)의 자음강화(滋陰降火) 일변도의 의학풍토에 반기를 들어 억음부양(抑陰扶陽)해야 한다는 주장을 역설하고자 엮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주단계와 그의 의학사상에 반기를 들어 새로운 주장을 펴는 일명 자음학파(滋陰學派)와 온보학파(溫補學派)의 논쟁은 중국에서 명대 이후에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이다. 이 책은 1908년 목판본으로 간행되었으나 현재 시중에는 필사본이 두루 유포되어 있다. 훗날 석곡의 제자인 남곡(南谷) 박희성은 자신의 경험방을 덧붙여 석인본(石印本)을 간행했는데, 후학들을 위해 국문현토와 해석을 달아 놓았다. 또 처방과 약성을 황도연의 『의방활투(醫方活套)』에서 보이는 것처럼 상통(上統), 중통(中統), 하통(下統)의 삼통으로 분류하여 제시해 놓은 점이 특색 중의 하나이다. 편자는 「의감중마해석원위(醫鑑重磨解釋原委)」에서 “사람들은 『동의보감』과 『방약합편』을 기본의서로 알고 있으나 그 책의 내용은 음기를 돋우고 양기를 깎는 법이 많아 황제내경의 원래취지와 부합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라고 밝혀 놓고 있어 그 편집의도를 읽을 수 있다.
책이름의 ‘의감(醫鑑)’은 『동의보감』을 약칭한 것으로 조선 후기에 나온 한국본에서는 대부분 『동의보감』을 가리킨다. ‘중마(重磨)’는 거듭 硏磨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진흙 속에 묻혀 있던 옛거울의 먼지를 털어 내고 닦아내면 그 본래의 모습은 환하게 빛이 난다는 의미에서 취한 것이다.
본문은 저자의 서문이 있고 본문에 앞서 의학이론 골자를 요약한 오행류상(五行類象), 경맥기지(經脈起止), 육경기지가(六經起止歌)를 먼저 수록하였다. 권 1의 「계경장부편(稽經藏府篇)」에는 장부음양(藏府陰陽), 장부배합(藏府配合), 오장체용(五臟體用) 등 27편의 논설이 실려 있는데 대개 『동의보감』과 『황제내경』의 내용을 결부시키고 있다. 이러한 서술방식은 장경악(張景岳)이 『유경(類經)』에서 『소문』의 경구를 재분류하고 이를 재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두드러지게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은연중에 독자적인 견해를 담아내는 효과를 빌어쓴 형태이다. 권 2의 「내경소문부설(內經素問附說)」은 『소문대요(素問大要)』의 후반에 이미 실렸던 것으로 7가지 논설 중에 저자의 가장 핵심적인 의학사상이라 할 수 있는 부양론(扶陽論), 기혈론(氣血論), 신유양장변(腎有兩藏辨) 3편을 다시 실어 놓았다. 권 3과 권 4에는 외감(外感), 내상(內傷), 내경(內景)과 외형(外形), 잡병(雜病) 분류 아래 소주제별로 『동의보감』의 중요내용이 간략하게 간추려진 「백병총괄편(百病總括篇)」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질병 각론인 셈이다. 권 5, 6은 「국방유선편(局方類選篇)」이라 이름 붙여 본문 앞에 방제팔법가(方制八法歌)를 먼저 수록해 놓았다. 본문에는 치료 처방들이 앞의 백병총괄편의 주제 분류 차례대로 기록되어 있고 제조(制造), 잡방(雜方), 제상(諸傷), 해독(解毒), 식기(食忌) 등의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약성가(藥性歌)는 본래 공신(龔信)이 지은 것이지만 수정 보완하여 다시 분류했다고 밝혀 놓았으며, 보(補), 화(和), 열(熱), 한(寒), 산(散), 수(收), 통(通), 사(瀉) 등으로 재편해 놓은 약물 250종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수탉과 개고기 등 음식치료약 25종의 효과에 대해 기술하였다.
석인본의 경우, 제일 마지막에는 이규준의 사용했던 처방이 부석곡신방(附石谷神方)이라는 제목아래 평위산(平胃散), 신출탕(神朮湯)으로부터 200여 방이 수록되어 있고 뒷편에는 송은(松隱), 석촌(石村), 남곡(南谷) 등 제자들의 경험방도 수십 개 들어 있다.
『동의수세보원』의 이제마(李濟馬)와 함께 조선 후기 한의학을 매듭 짖고 근대 한의학의 초창기 학자들로 평가받는 이규준의 대표 의서이며, 조선의 부양학파(扶陽學派)의 이론적 근거와 임상해법을 제시한 의서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