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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수호
제목 견벽청야* 지금
내용 경남 도민일보, 2022년10월31일 / 독자 시

견벽청야* 지금
민 수호 시인 / 산청 함양사건 유족


묻어 버리고 싶은 정의
검은 눈물 촘촘히 박힌 골짜기
그 흔적 행성 끝까지 돌고 돌아온 울음이다
 
지리산 골짜기 휘감은 익명의 발자국
일정한 행진 따라 도는 억울한 영령들
차디찬 구덩이에 얼굴을 구겨 넣고
동사한 새가 되었다

수천 개의 바람으로
지리산에 헤집고 떠도는 뿌연 원혼
벼랑에 매달린 총알 파편들
 
불처럼 뜨거워 빨개진 발바닥의 나날들
여의도와 용산 하늘의 가치 없는 위로에
인장처럼 누른 상처는
깨진 눈물에 녹물 같은 피로 흐른다
 
총알받이가 된 가슴에
뼈와 살점을 내어준
산청 함양, 거창사건의 영령님들이여
 
고귀한 피 조롱하는 자들의 허세
먼저 하늘을 끌고 간 각혈이
스스로 입 태우고 사라질 날을 지켜보고 있다
 
지리산 계곡 울부짖는 소리를 폭식한 두 귀
언젠가는 고인 울음에
읍소할 날들을 두근거리며 재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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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벽청야(堅壁淸野): 1951년 2월 7~11일, 산청·함양·거창군에서
국군 11사단 9연대 3대대 군인들이 민간인 1400여 명을 무참히 정조준 학살한 사건,
즉 벽을 굳게 쌓아서 빈 들판을 만들라는 최덕신 11사단장의 작전명령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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