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나누기

유족회-의견나누기 게시물이며, 작성자, 제목, 내용, 파일 등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작성자 배정희
제목 산청 함양사건 학술회의 개회사
내용 개 회 사

정재원(산청 함양사건 희생자 유족회장)


오늘 제60주년 산청∙함양사건 진상과 결과에 대한 학술회의를 개최함에 즈음하여,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의원님과 신성범 의원님, 김충조 의원님, 김소남의원님, 각계 요로의 귀빈들과 관계 국회의원님들, 그리고 전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참석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저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특히 주관처로 도움을 주신 산청군수님과 의회의장님, 함양군수님과 의회의장님,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인사 올리며 후원해 주신 전국유족회, 범국민위원회, 제노사이드학회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오늘 학술회의 주제는 ‘끝나지 않은 국가의 책임’ 입니다만 저희 유족들은 사건 발생 60년에, 울부짖기에 쇠잔하고 희망걸기에 목숨 이즈러져 왔지만, 사건의 법적 완결인 보상법 제정을 두고, 해 없는 대낮과 달 없는 밤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서 오늘 새벽까지 왔습니다.
오늘 저희 유족들은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가다듬어 유족회로서는 두 번째 학술회의를 통하여 호소합니다.

이 학술회의에서 거듭 확인하고 지적되어야 할 점은, 소위 사건 나던 해에 있었던 ‘거창사건’ 재판은 불법 무효라는 것, 은폐 조작의 상징적 절차라는 것, 그리하여 지금부터라도 그 사건 시간별로 명칭을 ‘산청 함양 거창 양민학살사건’으로 바로 잡혀야 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불법 은폐 무효인 재판 관계자와 사건 관계자를 다시 법정에 세워,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었는지를 확인하는 그런 절차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저희가 백날이면 백날을 보상법으로의 법 개정을 추진해 왔지만, 그것과 더불어 책임자 규명도 새로운 관점에서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저희 유족들은 이제 이 세상 살아 있을 날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건 당시 705명이 총살당했으며 그중 저의 가족 8명도 총살당했습니다.
그때 7살로서 총 3발을 맞고 기적처럼 살아난 본인도 68세가 되었습니다. 당시 성년이었던 현장 생존자들은 80을 넘어가거나 90고령에 임박해 있습니다. 저희가 피 흘리고 살 떨어져, 그런데도 살아서 빛 한 가닥 본다는 것이 이 수준이라면, 국가가 존재함으로써 국민에게는 무엇인가를 지금 통절히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학살 현장에서 총부리를 피할 아무런 그루터기가 없자 죽기 직전의 희생자들이 학살 만행부대를 향해 “국민이 없는데 군인이 무슨 소용이 있소? 국민을 다 죽이면 당신들은 무엇인가요?” 라고 절규했던 소리가 제 귀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소리를 다시 한 번 여러분과 더불어 들어본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존경하는 저희 산청 ․ 함양사건에 힘이 되어주시는 여러분! 다행하게도 보상법은 지금 국회 행자위원회에 상정되어 심의중에 있습니다.
단독으로 법사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는 거창사건 유족회와의 의견 차이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법은 법 정신에 얼마나 합당한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언제나 저희 유족회는 대로를 가는 불퇴전의 의지로서 나아갈 것입니다.
저희 사정을 잘 이해해 주시고 배전의 협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국방부 특무대에 산청 함양 거창 사건 관련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수차례 요청하였으나 비밀문서라는 이유로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피해 유족들에게 알려줄 수 없는지 다시한번 묻고 싶습니다. 자료 공개를 신속히 해주시길 거듭 부탁드립니다.

오늘 주제 발표를 하시는 경상대학교 법대 이창호 교수님, 부산 경남사학회 전갑생 연구원님, 유족회 자문위원 안김정애 선생님께 고마운 말씀 드리고, 토론자로 참여해 주시는 서남대 법대 최관호 교수님, 국사편찬위원회 김득중 연구사님,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강희근 부이사장님께도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아무쪼록 오늘 학술회의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라면서, 아울러 토론도 자연스럽고 격의 없이 이루어지는 성공적인 회의가 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장소가 한국 역사의 얼룩이 한 치라도 지워지는 자리가 되고,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이 구부렸던 허리를 조금이라도 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거듭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파일
이전글 목록이나 다음글 목록으로 이동 하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유족회가 해야할 중요 내용
다음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