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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양재
제목 제62주기 산청.함양사건 양민희생자 제26회 합동위령제및 추모식 회장님 인사말
내용 인사 말씀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제62주기 제26회 산청함양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를 갖게 됨에 있어 이 지리산 아래 방곡리 추모공원까지 찾아주신데 대해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특히 의정활동의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하신 산청 함양 거창지역 국회의원이신 신성범의원님 고맙습니다. 경상남도 홍준표 도지사님과 안전행정부 장관님을 대신하여 노창권 과거사 업무지원단장님 감사합니다. 이재근 산청군수님, 임창호 함양군수님 고맙습니다.
허기도 도의회 의원님과 이영재 도의회 의원님, 조성환 산청군의회 의장님과 위원님, 박종근 함양군의회 의장님과 위원님 고맙습니다.
김진우 산청경찰서장님과 이선록 함양경찰서장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각 기관 단체장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리산은 다시 어김없이 단풍으로 물들고 계곡은 62년 전에 흐르던 그 소리로 흐르고 있습니다. 무심한 자연처럼 보이지만 진실은 늘 그 자리 그 모습으로 있다는 점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자기 편리에 의해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고 그 진실을 지나간 역사라고 무시하기도 하고 현실이 산더미 같은데 과거사는 과거일 뿐이라는 생각이 나라를 끌고 가는 행정부나 입법부의 주요한 분들의 역사 인식이라면 우리나라는 희망 없는 나라일 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지금 1951년, 그러니까 62년 전에 일어났던 산청, 함양 양민학살사건에서 영문 없이 공권력으로 돌아가신 원한에 찬 영령들을 위한 추모제에 엄숙히 참례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서 저희 유족들은 영령들에게 얼굴을 떳떳이 들 수없는 형편에 있다는 점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분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천신만고 시켜 드린 다음, 여러 고비를 넘어오면서 진정한 명예회복의 길인 국가배상법 제정을 위해 저희 유족회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 오고 있지만 아직 그 처리가 보장되지 않는 표류의 세월을 지내오고 있어 죄인의 심정으로 오늘 이 추모의 의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오늘 이 자리 함께 해주시는 여러분들이 안계셨다면 우리는 늘 좌절의 시간과 절망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도움과 지혜, 발품의 덕으로 그래도 배상법이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되어 있어서 한 해. 또 한 해의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저희 705위 영령이시여! 한 해가 다 지나가지만 저희들 다시 뛰겠습니다.

최근에 저희는 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나치 독일의 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지난 8월 20일 독일 메르켈 총리가 다하우 나치수용소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수만명의 유대인과 정치범을 수용하고 학살한 나치범죄의 현장이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이곳에서 자행된 독일의 나치범죄에 대해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빌리 브란트 서독의 총리가 1970년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2차대전시 폴란드 유태인 학살의 상징적 장소인 게토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나치범죄에 대해 사죄를 하였습니다.
그 당시 세계 언론은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고 썼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은 그 반대의 나라로 나라의 위신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정권 담당자들은 우경화의 길로 가면서 일본의 범죄를 숨기며 변명을 일삼는 것도 모자라 그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전범자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를 공개적으로 참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비도덕적 사악의 길로 들어서면 그 나라는 이제 어떤 형태로 구겨지는지 그 결과를 짐작하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우리는 일본의 아베정권을 향해 한없이 울분을 토하기도 하고 메르켈총리에 대해 한없는 존경을 표해 마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생각해 볼것은 우리나라 현대사에 대한 반성과 그 정리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우리 이전의 집단의 일부가 잘못을 저질렀던 일을 일정한 반성과 정리를 통해 역사 앞에 나라가 떳떳해 지는 참으로 경사스런 그날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우리가 일본이 위안부 역사가 없다거나 전범의 엄연한 사실도 해석에 따라 당연한 것이 될 수도 있다거나 하는 막장 행태를 보면서 손가락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도 우리의 지나간 현대사에 대해 무정견, 무책임, 무관심 등으로 일관하는 정치와 행정이 있다면 과연 아베에 대해 손가락질 해대는 것이 순서에 맞는 것인지 묵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저희 유족회의 현안인 산청, 함양, 거창사건 희생자에 대한 배상법 제정에 있어, 그 당시 일부 군인들에 대한 군사재판으로 잘못된 사건이라는 판명이 난 것을 두고 배상법이라는 최종 정리를 미루고 있다는 것은 국회의 무정견, 무책임, 무관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에 일본의 아베정부가 우리 국회를 보고 “당신네 나라 국회는 잘못을 잘못된 것으로 인정하고 영원한 사죄의 마음으로 법률제정을 기하고 있는가?”라 묻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나라 입법부에 메르켈 총리의 멋진 진심 같은 것이 스며들었으면 합니다. 어느날 저희 배상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날 “대한민국 국회의 한 가지 법률 제정으로 역사 앞에 만대의 창창한 국회로 살아났다!”는 언론의 찬사가 쏟아지길 바랍니다.

존경해 마지않는, 산청함양사건 유족회를 걱정해 주시는 내외귀빈
여러분!
저희 유족들은 아시다시피 맨주먹으로 배운 것 없이 한쪽으로 밀려나고 헐벗었으며 사건 이후는 이웃의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여러분들의 눈물겨운 격려에 힘입어 저희는 용기를 가지고 희망을 가지고 당당한 목소리를 내게 되었습니다. 그 고마움을 어찌 한 마디로 표현할 수가 있겠습니까?
유계에 계시는 705위 영령들께서 절대로 여러분들을 기억해 주실 것입니다. 앞으로 저희들의 소망인 배상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배전의 협조와 격려 보태 주십시오.

여기서 거창 유족회 쪽에 거듭 한 말씀 올립니다. 산청 ,함양과 거창은 같은 사건으로, 같은 작전에 의한 피해지역이고 두 유족회는 피를 나눈 형제 이상의 동지들입니다.
동지가 동지를 밀쳐내는 법은 없습니다. 오로지 산청, 함양, 거창이라는 하나의 울타리와 지향으로 억울하게 돌아가신 영령들 앞에 부끄럼이 없도록 배상법 전열을 재정비해 나가도록 간절히 요청하는 바입니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 천왕봉을 하나의 중심으로 삼아 돌고 있습니다. 저희 유족들이 저 둘레길을 돌면서 앞으로 아무런 걱정과 근심 없이 과거를 지나간 이야기로 삼아 서로의 건강을 걱정하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705위 영령들이시여! 또 한 번 지켜보아 주십시오. 꼭 해내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자리 임석해 주신 여러 내외귀빈, 지역사회 주민 여러분! 가내 두루 평안하시고 하시는 일이 늘 뜻같이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11월 2일

사단법인 산청 함양 사건 희생자 유족회장 정 재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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